BELOW 1.5℃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망가뜨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북극의 빙하가 녹고 미국 텍사스 지역에 한파가 몰아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 나타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재앙이라는 코로나19로 1년 반 동안 세계적으로 약 38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남쪽 지역에서는 열대과일인 바나나, 키위, 망고 재배가 활발하지만,
사과와 양봉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전통적인 인삼재배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국제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파리기후협약 그리고 조직

2015년 9월, 뉴욕에서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UN Sustainable Development Summit)가 열렸다. 현재 기업들이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어김없 이 등장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전체 유엔 회원국에 의해 채택된 회의이기도 하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경제적 번영과 사회·환경적 지속가 능성을 모두 달성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약속으로, 총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에 대처 하고 바다와 숲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임을 밝히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이 필수라는 인식에 따라 정부, 기업, 민간단체 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 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해 12월에는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되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1850~1900년 평균) 대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1.5℃로 제한한다는 장기 목표하에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기후행동(Climate Action)에 참여하며, 2023년부터 5년 주기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을 한다는 규정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모든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이행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6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BAU) 대비 37% 감축 및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Un은 목표치가 너무 낮다며 2017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실 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각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파리협정은 작년 말로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신해서 올해부터는 더욱 본격적인 지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지속 가능발전목표, 파리협정 등으로 여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해진 요즘, 각 조직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을까?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 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 친환경 경영에 대해 기회보다 위기로 평가하는 인 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57.3%가 ‘2050 탄소중립이 어렵더라도 해야 할 것’으로 평가했지만,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는 기업이 42.7%나 된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이 ‘경쟁력 약화 위기’(59.3%),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한 것을 보더라도 실제로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기업 대응 실태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 2050 탄소중립이 어렵더라도 해야 할 것
  •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
탄소중립,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까?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 사업장 내 온실가스 감축투자
  • RE100 등 이니셔티브 참여
  • 외부감축사업 추진
  • 탈 탄소 기술개발 참여

우리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6분간 어른들을 침묵시킨 12살 소녀 세번 스즈키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른들이 망가뜨린 지구를)
고치는 법을 모른다면
이제 망가뜨리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우리를 만듭니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단어의 첫 단추, 환경

최근 ESG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년 전부터 ESG 경영을 선언한 기업이 등장했고, ESG 전담조직과 ESG 위원회를 만든다는 소식 도 종종 접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앞 글자의 조합어이다. 과거에는 기업경영을 통 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이윤 동기가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는 매출, 이익과 같은 재무적인 가치 이외에도 환경과 사회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및 프로세스인 거 버넌스와 같은 비재무적인 가치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즉 ESG 경영이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거버넌스 등을 고려하는 투자 철학과 방식을 의미한다. 이때 ‘지속가능성’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지구)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이다. 앞 서 언급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 의미하는 지속가능성은 전자에 가까운 개념이지만, 최근 ESG라는 단어를 통해 접하는 지속가능성은 후자에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ESG,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그들이 투자하는 기업에 기후변화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 기후변화를 콕 찍어서 언급하며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나 SASB(지속가능 회계기준 위원 회)의 기준에 따라 그들의 ESG에 대한 성과를 공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많은 기업이 ESG 중 환경에 대해 더 관심을 두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ESG 중 거버넌스가 가장 취약하므로 거버넌스부터 잘 구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ESG는 모두 중요하 기 때문에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두자면 해당 조직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먼저 신경 쓰고 보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다. ESG는 공시기준과 평가기준이 있는데 이중 환경과 관련된 주요 항목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 ‘탄소 배출’, ‘제품 탄소발자국’, ‘물 자원 관리’,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투명한 보고’, ‘친환경적인 사업장 운영’, ‘환경 관련 정책 및 관리시스템’ 등이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이슈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기업은 잘 대응 하고 있을까?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의하면,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31%에 그쳤고, 대응계획 중이라는 기업은 33.8%, 그리고 35.2%는 대응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도 ‘사업장 내 온실가스 감축투자(75.5%)’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 외에 RE100 등 이니셔티브 참여(9.3%), 외부감축사업 추진(7.6%), 탈 탄소 기술개발 참여는 7.2%로 뒤를 이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업의 노력, RE100

위 조사에서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바로 ‘RE100’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단어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조직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RE100에 가입한 단체는 RE100 프로젝트위원회에 이행계획을 내고 매년 실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구글, 애플, SK그룹(6개 기업) 및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하여 322개 기업이 가입되어 있다(’21. 6월 기준). 특히 작년 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그룹의 6개 기업은 연간 31TWH 이상, 한국 전력 사용량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양을 사용 중으로, 2050년까지 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탄소국경세 등 예견되는 무역장벽에 대처하는 경영 전략의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제품이 아니면 수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무역장벽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경우, 2030년부터는 전 공급망의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미 17개국 71곳의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서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외에 BMW, 폭스바겐, GM과 같은 완성차 업계도 그들의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RE100 실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우리를 만든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 조직이 취해야 할 기후행동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기후변화의 속도를 완화하고 멈추는 것을 넘어 되돌리기 위한 활동으로 ‘환경부하를 낮추기 위한 신기술 개발’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어려운 기후행동은, 지금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개발과 발전을 해온 기존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즉 조직의 이익을 위해 당연하게 해온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 사업의 방법을 멈추는 것부터 해야 한다. 현재 많은 조직이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파리협정, ESG 등을 언급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창한 다짐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6분간 어른들을 침묵시킨 12살 소녀 세번 스즈키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른들이 망가뜨린 지구를) 고치는 법을 모른다면 이제 망가뜨리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우리를 만듭니다.” 앞으로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조직이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