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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
산업 성장의 제약 아닌 국가 성장 전략

  • 유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오랜 시간 담론으로 존재하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은 작년을 기점으로 확실히 불이 붙은 모양새다.
그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목소리로만 그쳤던 것이 국가적인 실천 계획과 규제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을 핵심으로 하는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으며,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올해 지구의 날을 계기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는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이 드디어 실체를 갖춰가고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길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73.1백만톤CO2eq.으로 (감축 후 배출량 536백만톤CO2eq.) 2017 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4.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27.6백만톤CO2eq. 으로 1990년 대비 149%, 전년 대비 2.5% 증가하였으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 국가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등에 이어 11위, OECD 회원국 중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 중심형 산업/경제구조를 가진 국가(GDP 중 제조업 비중 27.7%(’19), 수출의존도 32.9%(’19), 총 수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 97.3%(’18))로 특히 전체 산업에서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업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단위 GDP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투 입량을 의미하는 에너지효율 지표인 에너지원단위(toe/천달러)는 2019년 기준 0.1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최하위인 35위이며, 이 외에도 미 국이나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GDP 성장과 에너지 소비량이 반비례를 나타내는 데 반해(디커플링 현상), 우리나라는 비례양상을 보이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 한 길이 요원한 상황이다.

국가별 온실가스 총배출량 현황(’17 기준 순위) (단위 : 백만톤 CO2eq.)
순위, 국가, 90년부터 17년까지, 출처
순위 국가 '90년 '10년 '17년 '18년('20. 8 기준) '90-'17년증감률 (%) '16-'17년증감률 (%) 출처
1 중국 - 10,543 12,476 - - 2% UNFCCC, IEA
2 미국 6,437 6,982 6,488 6,677 1% -1% UNFCCC
5 일본 1,270 1,303 1,289 1,238 2% -1% UNFCCC
11 대한민국 292 656 710 728 143% 2% -
OECD 국가별 에너지 집약도, 2017 (단위 : MJ/USD) 출처 : IEA(Unstats.Un.Org/Energy Stats/Data, 2020. 12. 18. 인출)
주 : MLI/Usd는 USD 실질 PPP Gdp당 Megajoules를 의미함
OECD 국가별 1차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율, 2018 (단위 : %) 출처 : OECD(LIBRARY WORLD ENERGY BALANCES
(2020. 12. 18 인출)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 비교

유럽, 현재까지 가장 실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의 탄소중립 흐름을 선도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을 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유럽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찍이 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보급 확대와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해 온 결과, 이 미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8%에 이르러 화석연료발전량(37%)을 앞질렀으며, 2050년까지 65%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태양광을 40GW, 풍력을 300GW까지 보급하고 전기차와 수전해 설비의 확대, 에너지효율 제고, 순환경제, 건물 리노베이션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수립하였다. 6월 유럽 의 회는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법제화한 유럽기후법을 통과시켰으며, 7월에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개정된 정책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했다. Fit For 55는 에너지 효율화 목표를 32.5%에서 26~39%로 향상하며, 2030년까지 친환경 차량 판매량 누적 3000만대 보급과 2035년 까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통해 2050년까지 운송분야 탄소배출량을 90% 감축하고, 2030년까지 40GW의 수전해 시스템 설치 및 1000만톤의 그린수소생산 을 포함한다. 특히 2023년부터 일부 산업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2026년부터 본격 적용할 것을 언급했다. 이처럼 유럽은 현재까지 가장 실효적 인 방법으로 전 세계의 탄소중립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 기후정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의 외교력 발휘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취임하면서 파리협정에 재가입함과 동시에 존 케리 기후특사 임명, 기후정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의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녹색경제’를 주장했던 오바마 정부 때와 비교하여 훨씬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조들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공식화하였다.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은 2019년 발표된 그린뉴딜 결의안의 맥을 잇는 정책으로, 경제 전반에 걸친 탄소중립을 위해 임기 4년간 2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며 일자리 창출 역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기후·청정에너지 총괄 연구 프로젝트인 ARPA-C의 신설과 더불어 미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 부문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와 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100%로 확대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 5억 기, 풍력 터빈 6천만 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전기차 비중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여 2045년까지 100% 전기화할 예정이며, 10년 내 기존 수소와 동일한 비용으로 그린수소(탄소배출이 없는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료화하는 데 초점

일본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10% 미만에서 50~6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육상풍력보다 상대적으로 입지 제약에서 자유로운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 역시 불안정하여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의 기술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 암모니아를 석탄화력 발전과 수송수단의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및 기술개발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확보하고자 한다.

중국, 전기차와 수소차의 확대를 통해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중국은 산업 고도화로 인해 COVID-19가 시작되기 전까지 6% 이상의 GDP 성장을 지속해오던 국가임과 동시에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급격한 산업의 전환과 단기간 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2020년 9월, 206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타 국가 대비 뒤늦게 탄소배출권 관련 법안을 도입하였다(2021년 2월). 중국은 2030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25%로 향상하기 위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보급을 1,200GW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전기차와 수소차의 확대를 통해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 내 핵심기술분야 개발·보급계획
국가, EU, 미국, 일본, 중국
국가 EU 미국 일본 중국
재생 에너지 발전비중 32%(현) → 65%(’50) 100%(’35), 1,500GW 50-60%(’50) 비화석에너지 비중
15.8%(’20) → 25%(’30)
태양광 13MW(현) → 40GW 패널 5억 기 페로브스카이트 기술 실증 460GW(’20)
→ 1200GW(’30)
풍력 12GW(현) → 300GW 터빈 6천만 기 30~45GW(’45)
친환경차 전기차 교통 분야 재생에너지 비중
6%(’15) → 24%(’30)
5년 내 스쿨버스 50만대,
공공기관차량 300만대 보급
5~9%(’24) → 100%(’45)
30년 중반까지 승용차 신차 판매
100% 비중
신차 중 신에너지차 비중
50%(’35)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
판매량의 100%
수소차 10년 내 기존 수소와 동일한
비용으로 그린수소 공급
수소 연료 확대 기조와
더불어 수소차 공급 확대
100만대(’30), 상용차 100%
수소차 전환
충전소 100만 개(~’25) > 50만 개
수소 수전해 설비
6GW(’24) → 40GW(’30)
수소·암모니아의 연료화, 공급
가격 10엔/Nm3(’30),
석탄화력 암모니아 혼합연소
비율 확대/100% 암모니아
연소 기술 개발(’50),
1억톤 규모 공급망 구축
기타 탄소국경제 도입 추진 탄소조정세 도입 논의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
한국,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한국은 지난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국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목표는 5억3,600만 톤으로 연내 상향을 목표로 한다. 또한,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2020.12.)’과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2021.3.)’, ‘탄소중립 연구개발 투자전략(2021.3.)’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후속조치를 발표하였다. 한국은 204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35%로 확대할 예정이며, 수소연료의 확대 및 그린수소 기술 개발, 수송 분야의 친환경화, 산업공정 효율 향상, CCUS, 바이오연료 활용 등을 중점 분야로 탄소중립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처럼 탄소중립 정책은 그간의 화석연료 사용 중심의 산업형태를 바꾸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설득력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만을 차지하는 국가임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별 탄소중립정책의 목표
국가, EU, 미국, 일본, 중국, 한국
국가 EU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탄소중립 목표연도 2050년 2050년 2050년 2050년 2050년
온실가스감축비중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2005년 대비
52%
2013년 대비
46%
Gdp원단위
2005년 대비 65%
감축
2017년 대비
24.4%(상향 예정)
핵심기술분야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제고
순환경제
건물 리노베이션
스마트 수송전략
탄소배출권거래제
(수송)
전력부문 탄소배출
‘0’(’35)
건물 효율 제고
리노베이션
에너지빈곤층 지원
CCUS 개발 확대
첨단원자력 기술
수소·암모니아 연료화
효율제고
원전 재가동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2030년을 기점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수송분야의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확대
CCUS 연계 화력발전
친환경차 확대
효율제고
순환경제

변혁의 시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목적 아래 미래의 주도권,
특히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미래 산업의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치열한 경쟁 중이다.

탄소중립 정책은 뉴딜이나 발전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일자리, 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고효율화는 물론, 모든 산업의 전력 공급에 영향을 미칠 재생에너지 발전 비 중 증대, 친환경 수송 수단(전기나 수소를 연료로 하는 차량, 선박, 항공기 등) 보급 확대, 이를 위한 혁신기술 개발 등 신산업 및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장을 포함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곧 마주할 변혁의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중공업, 중화학, 제조업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온 우리나라 역시 같은 상황이다. 제조업 기반의 수출 중심형 산업구조는 탄소중립 정책에 의한 에너지 공급 구조의 변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은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된 전력에 비해 가격이 높아질 것이며, 이로 인한 산업경쟁력 악화 도 우려된다. ‘탄소국경세’ 또한 우리나라 산업의 큰 허들이다. 탄소국경세는 전 세계에 경제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기조를 확대함과 동시에 탄소배출 규제로 인해 가 격 경쟁력이 낮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자 탄소중립 선도국인 EU가 꾸준히 추진해온 제도이다(2023년 도입 예정). 즉, 자국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유럽에 이어 향후 도입국가가 확대된다면 수출 중심국인 우리나라는 막대한 영향 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규범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 규제를 중심으로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은 선 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을 산업 성장의 제약이 아닌 국가 성장 전략으로 인식하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 이다. 향후 산업의 방향성은 기후위기 대응에 협력하는 질서에 빠르게 적응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므로, 우리나라 역시 뒤처지지 않고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여 완전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이다. 특히 연내 상향될 Ndc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중립 R&D 투자와 기술 보급 및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 수송수단 보급 확대 등 신기술 개발을 전제로 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시일 내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의 벽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므로 경쟁력 있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지원방안의 구체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고려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전 국가적인 범위에서 추진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