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신호를 최초로 감지하다
- 글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기후변화의 4대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산성도가 지난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럼 과연 기후변화의 신호를 최초로 감지한 과학자는 누구였으며, 당시 과학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2030년부터 매년 사망자 25만 명 발생
지난 5월 23일 이라크 보건부는 주민 1,000여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날 바그다드 및 나자프 등지의 국제공항 항공편도 일제히 중단되어 입국 비행편이 자국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바로 이라크 전역을 덮친 모래폭풍 때문이었다. 사막지대인 중동에선 해마다 그맘때쯤 강한 모래폭풍이 몰아치는데, 올해는 유독 더 잦고 농도가 짙었다. 이처럼 모래폭풍이 심해진 것은 기후변화로 날씨가 더 더워지고 건조해진 탓이다.
낮과 밤, 그리고 여름과 겨울 사이의 기온 변화를 조사한 결과, 태양에서 받는 열에너지의 양보다 지구가 훨씬 따뜻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어떤 요인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는 지구의 대기에 의해 태양열이 머물게 되면서 지구의 실제 온도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토대로 계산한 것보다 훨씬 높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온실효과 개념이다.
연필만으로 슈퍼컴퓨터만큼 정확히 예측
그 후 온실효과가 가져오는 지구의 기온 상승에 대해 최초로 상세하게 밝혀낸 이는 스웨덴의 물리화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다. 그는 빙하기에 대해 연구하던 중 온실가스가 적었던 것이 혹시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상승하면 지구 온도는 5~6°C 상승하게 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1896년 스톡홀름 물리학회에 기고했다. 반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희박해지면 지구는 빙하기처럼 추워지게 된다는 것.
그런데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가 인류에게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인류의 생활 반경이 그만큼 더 넓어지고 먹을거리도 풍성해질 거로 추측해서다.
하지만 당시의 주류 과학자들은 아레니우스의 연구 결과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할지라도 지구 전체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대양이 흡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찬반 논쟁
그런 인식이 뒤집힌 것은 1957년 이후부터였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책임자인 로저 르벨은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수록 산성화되어 흡수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 근본적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르벨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한 장소에서 장기간 측정하는 작업을 찰스 킬링 박사에게 맡겼고, 킬링은 1958년부터 사망하기 바로 전인 2005년까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산업화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산에서 꾸준히 측정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한 실제적인 대응책 및 규제 등에 관한 논쟁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