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그칠 것인가, 현실이 될 것인가?

· 최지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Scroll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부 장관이 바닷물 속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한 연설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었다.
코페 장관이 연설한 지역이 과거에는 육지였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 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연안 해수면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0년간 한반도 전체 연안의 해수면 상승률은 3.68mm/년이다.
이대로면 2030년 한반도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23만 명이 침수피해를 입게 된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인의 삶을 점점 더 빨리, 강하게 흔들고 있다.

제조업 강국의 전환 및
산업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후위기 속에서 미국, EU,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이행계획 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18일, 한국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확정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 비중은 61.8%(’19년)이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6%로 매우 높다(’18년 기준).
한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분야와 더불어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제조 강국인 독일 및 일본, 우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어떤 점이 유사하고 다를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우선 전환 부문을 먼저 살펴보자.

한국은 2018년 기준 전환 부문의 CO2 배출량 269.6백만 톤 중 2030년까지 119.7백만 톤을 감축하고(44.4%), 2050년까지 나머지 120백만 톤(55.6%)을 추가로 감축하는 것을 시나리오 상 감축목표로 제시하였다(A안 기준).

현재 한국의 발전비중은 석탄발전 35.7%, 원자력 29.0%, 천연가스 26.4% 등이며 석탄발전과 천연가스의 비중이 전체의 62%로 매우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는 6.3%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20년 기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는 석탄발전, LNG 발전을 중단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70.8%까지 확대함으로써 전환 부문에서 배출되는 CO2 269.6백만 톤을 감축할 것을 제시하였다.
또한, 전력망 유연성 확보를 위해 수소터빈, 연료전지와 같은 수소 기반 발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44.4%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119.7백만 톤 감축

55.6%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120백만 톤 추가 감축

GERMANY

독일은 2018년 기준 CO2 배출량 858백만 톤 중, 전환 분야에서 2030년까지 207백만 톤을 감축하고
2045년까지 94백만 톤을 추가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독일은 전기화(Electrification) 확대에 대비하여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총 전력 수요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30년 70%, 2045년 89%로 제시하였다.
또한, 2030년 이후 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수소가 2040년 이후 천연가스를 대체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독일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의 해결책으로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함께 주변 국가와의 거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공급 체계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계통 접속용량 확대, 배전선로 신설 등 하드웨어 측면의 전력공급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A안), 주변국들과 연계를 위한 동북아그리드를 2.7% 반영하고 있다(B안).
이는 탄소중립 수단 선택을 위해서는 여러 여건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환 분야 탈탄소화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기준 전환 분야 탄소배출량 4.5억 톤을 2030년까지 3.6억 톤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0.9억 톤을 추가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일본은 2050년 발전량 기준 약 50~60%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원자력, CCUS와 결합한 화력발전, 탄소재활용 기반 발전으로 30~40%, 나머지 10%는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한국(A안)과 독일이 화석연료 기반의 화력발전 중단을 제시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일본 대비 20~29% 가량 높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차이를 가진다.

94-858
INDUSTRY

다음은 산업 부문이다.

한국은 산업 부문에서 2018년 기준 CO2 배출량 260.5백만 톤 중 2030년까지 37.9백만 톤을 감축하고(14.5%), 2050년까지 209.4백만 톤(80.4%)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였다(A안, B안 동일).
한국 산업 부문의 석유, 석탄 소비량은 한국 전체 소비량의 70%를 차지한다(2018년 기준).
그만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철강, 화학산업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절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철강 부문은 2050년 기준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을 통해 코크스를 100% 수소로 대체하고, 철스크랩 전기로 확대를 주요 감축 수단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2050년 산업에서 배출하는 CO2를 약 9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2018년 기준).
또한, 시멘트 업종은 석회석을 클링커 등 다른 원료로 대체, 석유화학·정유 업종은 전기가열로, 바이오매스, 바이오납사 활용 등 친환경 원료와 연료 도입을 통해 배출량을 각각 53%와 73%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2018년 기준).

100%

205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을 통해
코크스를 수소로 대체

95%

2050년 산업에서 배출하는 CO2 감축

HYDROGEN-REDUCED STEEL

독일은 산업 부문에서 2030년까지 CO2 72백만 톤을 감축하고 2035년까지
나머지 123백만 톤을 감축한 후, 2백만 톤의 역배출을 계획하고 있다(2018년 기준).
철강 분야의 비중이 전체 산업 중 약 2.6%인 독일은 한국과 유사하게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철강 분야의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려고 제시한 바 있다.
시멘트 분야의 경우 원료 대체 등의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시멘트 생산 공정에
CCS를 접목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석유화학·정유 업종에서 열 수요 충족을 위해 바이오매스 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한편 일본은 2030년까지 산업 부문에서 0.3억 톤을 감축하고 2050년까지 추가로 더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2018년 기준).
일본의 철강 부문 감축수단은 한국,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또한 수소환원제출, 전기로 확대, 알루미늄 스크랩 등을 제시하였다.
석유화학·정유 업종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 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탄소중립 실현의 정도,
기술혁신

IEA는 2050년 전 세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6개의 기술적인 수단(전기화, CCUS,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효율, 바이오에너지)과
행동 수단(수요 회피)을 제시하였다(2021). IEA가 제시한 핵심수단 중 기술 수단의 기여도는 84%로 압도적이다.
한국, 독일, 일본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전략에서도 주요 감축수단으로 여러 기술 대안을 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IEA

  • 전기화
  • CCUS
  • 재생에너지
  • 수소
  • 에너지효율
  • 바이오에너지

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관련 기술은
70% 정도가 여전히
실증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IEA는 2050년 감축 목표량 중 절반 가량은 현재 프로토타입 또는
실증 단계에 있는 기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였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기술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시나리오에 그칠 것인가, 현실이 될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우리가 탄소중립 기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