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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 기술과 제도의 공진화

최지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356과 17,323. 두 수의 차이는 약 49배.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2008년, 2020년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 누적 보급용량이다 (단위 : MW).1

국내 태양광 발전은 200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대비 2020년 태양광 발전 설비 누적 보급용량 증가율을 보면, 36.2%(2019년 누적 보급용량 12,717MW)로 불과 1년 사이 엄청난 양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켜보는 기대 한편에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있다. 태양광 폐패널 문제 때문이다.

1세대 태양광 패널의 전성기가 끝나는 시점

텔레비전,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성능 저하나 고장, 에너지 효율 등의 문제로 교체를 생각한다. 태양광 패널도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적정 사용기한이 있다. 약 20~30년 정도다. 태양광 발전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게 2000년대 초반이니, 2020년대 후반부터 폐패널 발생량이 매우 증가할 것이다. 물론 자연재해2로 인한 파손, 효율 저하로 인한 조기 폐기3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폐패널 대량 발생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폐패널 예상 발생량을 2023년 9,665톤, 2025년 4,596톤, 2028년 16,245톤, 2030년 20,922톤, 2033년 41,743톤으로 전망했다.4

  • 2023년
    9,665
  • 2025년
    14,596
  • 2028년
    16,245
  • 2030년
    20,922
  • 2033년
    41,743

현재 손상이나 결함이 있는 폐패널은 폐기물 처리장을 거쳐 단순 매립된다. 실리콘, 구리, 알루미늄 등을 분리하여 재활용하지만, 소량에 불과하다.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실익도 크지 않다.5 하지만 폐패널 재활용률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6과 폐패널 발생량 예측치를 고려하면,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의 고도화와 제도 설계・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국과 해외 주요국의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
제도 비교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의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과 제도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선 기술 동향을 살펴보자. 유럽은 한국보다 재생 에너지 보급이 빨라, 2010년대 초부터 폐패널에서 유리, 금속과 같은 자원을 회수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대표적으로 ‘PV Mo.Re.De.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2013년부터 3년간 수행한 연구인데, 폐패널 재활용 장치에 사용할 컨테이너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패널의 주요 원재료인 유리, 알루미늄, 구리 등을 회수하는 기계식 공정을 개발했다. 또한 ‘FRELP 프로젝트’는 폐패널을 100% 재활용하는것을 목표로 연간 7천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랜트 구축을 추진했다.

일본은 2015년부터 폐패널 재활용 기술 연구를 시작하여, Hot Knife를 이용해 유리와 금속을 분리・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은 가열 방식과 기계적 방식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재활용센터 구축 기반조성사업’을 통해 2021년 12월, 충북 진천에 ‘태양광재활용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연간 3,600톤의 폐패널 처리를 통해 셀,유리, 유가금속 회수・재활용을 추진할 예정이며, 재활용률이 90%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은 정책과 제도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19년 8월, 환경부, 산업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태양광 패널(모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폐패널 재활용 기반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에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법개정을 완료하였고, 지난 2월 초에 미이행 부과금을 산정・발표했다.7 태양광 폐패널에 대한 생산자책임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PR 제도는 제품생산자 등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여 해당 제품의 재활용을 유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에 부과한다.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폐패널 재활용 시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EPR 제도 시행 이후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급격하게 활성화되었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10여 년 앞선 2014년에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개정해 폐패널 재활용을 의무화했고, 폐패널 처리 실적 집계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유럽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로 구성된 협회인 ‘PV CYCLE’을 통해서 2019년 3분기 누적량 기준 약 3만 5천 톤의 폐패널을 처리했다.

각 국가별 프로젝트명, 수행기관, 펀딩기관, 연구기간, 회수자원을 담은표
국가 프로젝트명 수행기관 펀딩기관 연구기간 회수자원
유럽 PV-Mo.Re.De La Mia Energia Scarl
(이탈리아)
EU Eco Innovation 2013-2016 유리, 금속
FRELP Sasil, SSV(이탈리아),
PV CYCLE(벨기에)
EU Life 2013-2017 유리, 금속
일본 c-Si PV 모듈 재활용 기술 개발 Mitsubishi
Materials Corp.
NEDO 2015-2018 프레임, 유리, 은
가열 커터를 이용한 c-Si PV의 유리, 금속의 완벽한 재활용 기술 개발 Hamada Corp. & NPC Incorporated NEDO 2015-2018 유리, 금속
중국 가열 방법에 의한 PV 모듈 재활용 중국환경과학연구원 CRAES 863계획 2012-2015 유리, 금속
기계적 방법에 의한 PV 모듈 재활용 YingLi Solar 863계획 2012-2015 유리, 금속
한국 태양광재활용센터 구축 기반조성사업 충북TP, 에너지연, KTL, 녹색에너지연구원, KCL, 한국법제연구원 산업부 2016-2012 셀, 유리, 금속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8 디에스프리텍, 에너지연 등 산업부 2016-2019 은, 구리, Si
태양광 폐패널 수거 및 파쇄 기반 유가 소재 회수 기술개발 원광에스앤티, 에너지연, 부경대 환경부 2020- 유리, Si

국내외 주요 태양광 폐패널 프로젝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나라가 더욱 효과적으로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기술 고도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최우선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해외 주요국은 원재료 회수율 향상 기술, 고효율 박리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다음은 EPR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태양광 폐패널 통계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5톤 이상 배출되는 태양광 폐패널은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집계하며, 2023년 1월부터 철거 규모와 관계없이 꼼꼼히 관리하기로 법령개정을 마쳤다.9 해당 제도의 정착 유도를 위해 특히 시행 초기에 정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술 개발과 제도의 결합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목도했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활성화 또한 기술과 제도의 공진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1. 한국에너지공단(2021) 202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2021년 공표)
  2. 2018년, 청도에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여 태양광 패널 파손. (경북매일(2018.7.5.) “허가 남발한 산림 태양광 산업, 제대로 관리돼야 한다”)
  3.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 예측 시나리오는 ‘Regular-Loss 시나리오’, ‘Early-Loss 시나리오’로 구분한다. Regularloss 시나리오는 조기 폐기를 고려하지 않는다. Early-Loss 시나리오는 설치・운송 단계에서 0.5%, 설치 후 2년 이내 0.5%, 10년 후 2%, 15년 후 4%가 손상이나 기술 결함으로 평균 수명에 도달하기 전에 조기 폐기를 고려한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2019).
  4. 기관, 연구자, 시기에 따라 다른 예측치를 제시한다. 임송택(2019)이 예상한 폐패널 발생량은 2030년 1만 7,531톤, 2040년 5만 9,914톤, 2050년 11만 5,250톤이다.
  5. 김지환(2020), 「미래폐기물 재활용 및 적정처리」, 코네틱 리포트, 환경부
  6. IEA-IRENA(2016) End-Of-Life Management Solar Photovoltaic Panels
  7. 해당 시행령에서 부과금 산정에 적용하는 재활용 단위비용은 1Kg 당 727원, 회수 단위비용은 1Kg 당 94원으로 지정하였다.
  8.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폐모듈의 저비용/고효율 재활용 공정 시스템 및 소재화 공정기술 개발(2016-2019)
  9. 환경부(2022),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23년부터 차질없이 시행하여 태양광 폐모듈을 회수·재활용할 계획」, 환경부 보도 설명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