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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제도 시행을 반년 앞둔 지금,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과
시장의 현 상황은?

  • 유 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박세란 (슬로먼트)

환경부는 2018년 폐패널을 제대로 수거하고 바르게 재활용하기 위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마련해 입법 예고했고, 2023년 1월 1일 자로 시행 첫발을 뗀다. 지금까지 폐패널은 대부분 매립 방식으로 처리되었는데, 내년부터는 폐패널 재활용 공정기술을 활용해 최소 80% 이상의 자원을 회수할 예정이다. EPR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폐패널 재활용 공정기술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이 2012년부터 기술개발을 수행했다. 이 기술은 충북테크노파크 태양광재활용센터와 민간기업인 (주)원광에스앤티, (주)에이치에스티에 기술이전 되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은 EPR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진석 책임연구원, 박병욱 팀장, 이상헌 대표와 만나 폐패널 재활용 공정기술과 EPR 제도 준비 상황, 관련 시장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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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1

    태양광 폐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재활용해 만든 태양전지.
    회수한 소재가 고순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다.

  • 그림2

    태양광 폐패널에서 회수한 태양전지와 리본전극.
    이것을 파쇄해 실리콘, 은, 구리 등을 회수할 수 있다.

  • 그림3

    태양광 폐패널에서 회수한 구리 금속.
    이렇게 회수한 후 원재료로 변환해 재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 그림4

    충북테크노파크 태양광재활용센터 직원들이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장비(프레임해체장비)를 가동 중이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의 탄생

2018년, 그해 일곱 번째로 발생한 태풍 프라피룬으로 인해 집중호우가 며칠간 이어졌다. 경북 고령, 경남 산청, 충북 제천 등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곳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때 태양광 패널이 파손되어 처리해야 할 폐패널이 쏟아졌고, 이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그중 가장 화두로 떠오른 것은 폐패널 처리 방법과 재활용 여부다. 기존에 폐패널은 주로 매립 방식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없는 산업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고순도의 유가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폐패널을 재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 폐패널 순환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은 2012년부터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공정기술을 연구했다.

이진석

연구원에 들어와 맡았던 연구는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폴리실리콘은 시장 가격이 kg당 400달러로 굉장히 비쌌어요. 이 가격을 kg당 15달러까지 낮추자는 목표를 잡고 연구를 시작했죠.
하지만 예상치 않게 공급이 너무 많아져 kg당 1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더라고요. 연구 목표는 달성했지만 상용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실리콘을 정제하고 회수하는 기술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기술로 어떤 연구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폐패널 재활용 기술에 활용하면 좋겠더라고요. 당시 유럽은 이미 폐패널 재활용 의무화 법안이 마련돼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깔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연구를 시작하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연구사업을 수행하게 되었고, 연구원 임무형 과제로까지 이어져 정식으로 론칭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연구과제는 아니었지만,연구 목표를 거듭 달성해내는 동시에 산업부 정책용역을 수행하게 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충청북도에서 기획연구사업으로 진행한 태양광재활용센터 건립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뒤 환경부 정책연구도 수행했다. 이렇게 꾸준히 연구 영역이 확대되었고, 이제 이 기술은 상용화 수준으로 스케일업 되었다.

이 기술은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해체-분리-선별-회수’인데요. 충북테크노파크 태양광재활용센터와 (주)원광에스앤티, (주)에이치에스티에는 1~2단계에 해당하는 해체와 분리에 대한 기술이전이 수행되었습니다. 나머지 단계는 기관, 기업별로 상이하게 운용됩니다. 본래의 기술은 패널로부터 알루미늄, 은, 구리, 실리콘 분말, 실리콘 스크랩 등을 회수할 뿐만 아니라, 회수한 재활용 실리콘으로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와 태양전지, 단결정 잉곳 등을 재제조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폐패널의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된 것이죠.

새롭게 시작되는 EPR 제도,
폐패널 재활용 시장의 문이 열렸다

환경부는 2018년 EPR 제도를 입법 예고했다. EPR 제도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시행하지 않을 시에는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한다. 지난 2월 3일, 환경부는 부과금 산정에 적용하는 단위비용을 발표했다. 재활용 단위비용은 kg당 727원, 회수 단위비용은 kg당 94원이다. 재활용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주체는 패널 판매업자와 수입업자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재활용 의무 물량을 맞추기 위해 태양광재활용센터와 민간기업에 위탁하게 된다.

박병욱

한국환경연구원에서 발표한 폐패널 발생량 예측치를 살펴보면, 2023년 9,665톤, 2028년 16,245톤, 2032년 27,627톤입니다. 2017년에 17톤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 양이 엄청나게 급증했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우리 센터와 민간기업 두 곳, 그 외에 파쇄법으로 재활용하는 민간기업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발생할 폐패널 재활용 물량을 모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폐패널 재활용 공정기술은 파쇄법과 상온 작동 비파쇄 방식으로 나뉜다. 이 두 기술의 재활용률은 어느 정도 차이 날까?

파쇄법을 활용하더라도 EPR 제도에서 요구하는 ‘재활용률 80% 이상’은 맞출 수 있습니다. 패널은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 셀/리본/EVA/백시트 등으로 구성된 샌드위치, 정션박스 등으로 분리되는데요. 전체 자원에서 알루미늄과 유리의 비중이 75~80%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만 회수하더라도 법령에서 요구하는 재활용률을 맞출 수 있는 거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술의 포인트는 자원을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쇄법은 패널에서 알루미늄 프레임을 떼어낸 후, 유리와 백시트를 분리하지 않은 채 파쇄 장비에 넣는다. 그러면 유리나 실리콘, 구리, 은과 같은 자원에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회수한 자원은 소재별로 재제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가게 됩니다. 원자재 값이 엄청나게 뛴 이 시점에 기업에 고순도 물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이 가진 탁월한 경제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태양광재활용센터는 폐패널을 연 3,600톤 처리할 수 있으며, 올해 8월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우리 센터는 정부과제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폐패널에서 유가 자원을 회수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폐패널 재활용에 대한 홍보 역할도 하고자 합니다. 그다음, 센터에서 개발한 장비가 안정화되면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할 예정입니다.

현재 구축된 인프라로 폐패널 물량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주)원광에스앤티는 해당 기술을 이전받은 1호 기업이다. 2020년 8월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상헌

기업을 운영하기 전, 태양광 발전 관련 회사에 재직할 때부터 폐패널 이슈가 터질 거라는 생각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에 일어난 산사태를 기점으로 자체 연구와 조사를 수행했죠.
그러던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기술을 알게 되었고, 이 기술을 모태로 장비를 개발해 사업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태양광 발전 분야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위급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태양광 발전 분야에 상당히 늦게 뛰어들었는데도 기술력을 빨리 따라잡았다. 물론 폐패널 재활용 시장 자체는 아직 유럽보다 규모가 작지만, 기술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우리 기업은 현재 연간 1,200톤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내년까지 연 3,6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동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에요. 더불어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이나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우리보다 앞선 유럽이나 일본도 파쇄법을 쓰고 있거든요. 어떤 기업은 파쇄 후 자원을 선별해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매립한다더군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기술은 회수한 자원을 재활용하는 게 목표이기에 기술력이 이렇게 탄탄하게 성장한 거고요. 아직 허들은 높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해보고자 합니다.

(주)원광에스앤티는 폐패널 재활용 사업을 통해 탄소를 절감했다는 인증을 받아, 탄소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폐패널을 재활용했을 때 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 절감되는지에 관한 연구 또한 수행 중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하나의 기술이 우리나라 과학과 산업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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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태양광 발전 분야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위급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태양광 발전 분야에 상당히 늦게 뛰어들었는데도 기술력을 빨리 따라잡았다.

  • 그림5

    태양광재활용센터는 현재 구축되어 있는 장비를 운용하면서, 지금보다 에너지가 더 적게 드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진석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은 탄소중립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이 기술이 민간 영역에 잘 수용될 수 있도록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EPR 제도 시행을 반년 앞둔 지금. 물론 혼란도 많다. 아직 이 제도가 어떻게 운용된다는 세부 지침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우리 기술과 우리 제도로 구성된 태양광 폐패널 순환경제의 표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술과 제도의 성장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01 상온에서 작동하는
비파쇄 방식 기반 태양광 폐패널분리 기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 에너지저장연구실

이진석 책임연구원

이 기술은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패널로부터 패널 구성 부품을 분리한 후, 물리·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고순도 물질을 회수하여 자원화할 수 있는 저비용·고수익 재활용 방법이다. 전체 공정 과정은 ‘해체-분리-선별-회수’로 나뉜다. 먼저 프레임과 정션박스를 해체한다. 이때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회수할 수 있다. 그다음, 셀, 리본, EVA, 백시트로 구성된 일명 ‘샌드위치’와 유리를 분리한다. 특히 유리는 저철분이어서 회수하여 재활용하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샌드위치에서는 실리콘, 은, 구리 등을 회수할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리 분리 기술력이다.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장비를 통해 폐패널 내 유리와 봉지재(태양광 패널이 외부 노출에 잘 견디도록 방어하는 역할) 계면을 분리시킴으로써 100%에 근접하는 유리 회수율을 얻었다. 두 번째는 비파쇄 방식이다. 분리된 부품·소재가 섞이지 않아 여러 가지 소재를 고순도로 회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세 번째는 파손된 패널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회수한 실리콘을 정제해 다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제한 실리콘으로 6인치 단결정 잉곳과 웨이퍼를 만든 후, 일반적인 태양전지 제작 공정을 통해 20.05%의 고효율 태양전지를 재제조했다. 앞으로 기술 고도화를 통해 태양전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02 충북테크노파크
태양광재활용센터

태양광재활용센터는 시행기관 충청북도, 참여기관 진천군, (재)충북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녹색에너지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이 함께 ‘태양광 재활용센터 구축기반조성 사업’에 참여하여 건립되었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되었으며 약 5년만인 2021년 11월에 완료되었다. 이곳에서는 연 3,600톤의 폐패널을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 장비가 구축되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고, 일부 장비는 사업화 환경에 맞춰 개발했다.

더불어 태양광 재활용 친환경 안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태양광 재활용 의무화제도, 폐모듈 신고·수거·운반체계, 태양광 모듈 재사용 현황 분석 및 평가법 등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폐패널 재활용 R&D 과제도 진행될 예정이다. 태양광재활용센터는 폐패널 재활용 처리 외에도 재활용 시장의 활성화에 힘쓸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관계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센터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폐패널 재활용 기술과 장비, 시장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03 (주)원광에스앤티

(주)원광에스앤티는 2014년 창업한 태양광 발전 전문기업이다. 태양광 사업 EPC(설계, 조달, 시공)부터 O&M(관리, 운영)까지 담당한다. 세부적으로 태양광 발전 관련 각종 인허가 대관,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계, 구조물 제작 및 시공, 태양광 전기공사, 모니터링, 사후관리 등을 수행한다. (주)원광에스앤티는 앞으로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이 필수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기술을 이전받고 그것을 모태로 (주)원광에스앤티만의 장비를 개발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폐패널 수거와 재자원화를 위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자원순환 접수센터인데, 태양광 폐패널은 일반 폐기물로 처리할 수 없어 태양광 발전소 소유주(공공기관, 지자체, 민간기업, 일반인)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태양광 폐패널 처리와 철거, 리파워링 접수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했다. 앞으로 (주)원광에스앤티는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