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때문에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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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트위터에 주목할 만한 영상이 올라왔다.

일본 도쿄대학교의 기후과학자 유 코사카가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 때문이다”고 주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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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기온 상승은 화산이나 태양 활동 등으로 나타난 적은 있지만,
지금 목격 중인 온난화는 그 같은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이나
화석연료 사용 같은 인위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게 요지였다.
유 코사카는 IPCC 제6차 보고서의 저자로 참여한 기후과학자 중 한 명이다.

유 코사카 박사의 발언이 현 과학계의 대표적인 시각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증명하고 있는 근거는
재작년,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기후과학자들에게 수여된 노벨 물리학상이라 할 수 있다.
세 명의 수상자 중에서 특히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의 클라우스 하셀만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임을 증명한 공적을 인정받아 눈길을 끌었다.

아인슈타인이 확립한 브라운운동을 기후 시스템에 도입한 그는 1979년에 인공적인 기후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대기 반응의 신호-잡음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은 지구온난화와
인간 활동을 연결하는 데 핵심 방법으로 사용되는 ‘최적지문법’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최적지문법은 대기 온도의 상승이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구온난화와 인간 활동과의 관계를 밝힌 또 하나의 유명한 연구 결과는 ‘하키스틱 커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래프다. 기후학자 마이클 만과 동료 과학자들은 1998년에 서기 1400년 이후
북반구 기온의 재구성 및 이용 가능한 기록의 실제 데이터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서기 1000년 이후의 데이터를 포함해 1999년에 업데이트 된 하키스틱 커브는 2001년 발간된
IPCC의 3차 평가보고서에 게재됐다. 이 그래프는 서기 1000년 이후 조금씩 떨어지던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특히 1970년대 이후부터 가파르게 치솟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치솟는 모양이 마치 하키스틱의 날과 같다고 해서
‘하키스틱 커브’로 불리게 된 이 그래프의 발표 이후 마이클 만은 하키스틱에 두들겨 맞는 공인 ‘퍽(puck)’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거의 20년 동안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살해 위협, 의회 조사 요구, 연구 및 성격 등에 대한 공격에
시달렸던 것. 이에 따라 마이클 만은 자신의 업적과 명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 대법원에까지 가야 했다.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이 그를 공격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한 지역의 특정 나무에
가중치를 주어 나이테를 분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 다른 추정치를 사용하면 지구 온도의 상승이 하키스틱 모양처럼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

논란이 확대되자 2006년 미국 의회는 조사를 하기에 이르렀으며,
조사팀은 마이클 만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전 지구 평균온도(1961~1990년 평균으로부터의 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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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020년 기후학자들의 연구 협력 네크워크인 ‘Pages 2K’ 등 많은 과학자가
8개 대륙과 전 세계 해양 자료를 모아서 분석한 결과 마이클 만이 옳았음을 밝혔다.
과거 2000년 동안의 지구 온도는 하키스틱과 거의 유사했던 것.

마이클 만은 2021 년 9월 업데이트된 하키스틱 그래프를 발표했는데,
그래프를 처음 만든 이후에도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하키스틱의 날은 더 날카롭게 치솟아 오른 모양이 되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역사적 이상 현상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더욱 선명하게 증명한 셈이다.

한편,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임을 증명한 과학자들에게는 아직 큰 장애물이 남아 있다.
이 같은 기후 모델을 발전시킬 인적 자원과 컴퓨팅 자원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의 기후 모델은 예산 지원이 부족한 기관의 과학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그들은 모델을
고해상도로 실행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 결과 현재의 기후 모델은 상당한 단점과 불확실성을 지닌다.

때문에 폭염, 산불, 홍수 같은 극한 사건들을 현재 기후 모델에서는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이상 기후의 티핑 포인트를 예상하기도 힘들며, 어떤 기후 사건이 더 긴급한 위협인지
몰라 예산 지출의 우선순위도 정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신 설비를 갖춘 국제적인 통합 연구소가 설립돼
전 세계의 기후과학자가 힘을 합쳐
기후 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