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경제 시대는 끝났다,
이제 ‘순환경제’ 시대다
- 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우리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대부분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기울이는 관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잘 버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 우리나라는 폐기물 재활용 비율이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축에 속하니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 쓰레기 상황은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흐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장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쓰레기 문제.
그래서 20여 년 넘게 우리나라 쓰레기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고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는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만나보았다.
홍수열 박사
쓰레기 문맹 탈출을 돕는 쓰레기 해설가이자 쓰레기 통역가
前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현 자원순환사회연대) 활동가
現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문밖에 내놓은 쓰레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재활용품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해, 꾸준히 분리배출 기준을 만들어왔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대 이상으로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졌다. 아파트단지의 경우는 특히 부녀회원을 중심으로 재활용품 배출 현장이 꼼꼼하게 관리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홍수열 소장은 그 배경에 중국의 경제발전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시작되며 중국이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게 어떻게 처리되냐면, 전 세계에서 가져온 물량을 가공해서 재생원료로 만들어 다시 제품으로 생산해 파는 거죠. 중국이 워낙 인건비가 싸고 환경규제가 약하니, 재활용 폐기물의 상태보다는 양이 우선시 되어 거래됐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그 분위기에 편승한 거죠. 소각 비용도 인건비도 워낙 비싸니, 중국을 통해 재활용 폐기물을 쉽고 편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바뀐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재활용 폐기물과 쓰레기의 경계조차 모호해지고 있어요.
2018년,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에 쓰레기를 수출해왔던 미국, 일본, 영국 등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또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폐지가 갈 곳을 잃었다. 우리가 사는 골목에도, 폐기물 처리장에도 쓰레기가 빌딩처럼 높이 쌓였다. 이제는 ‘쓰레기 대란’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시스템 자체가 매우 취약해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쓰레기 대란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될 거예요. 재활용품 분리배출 제도, 쓰레기 종량제도가 시행되고 난 다음에 지속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더욱 정교화되는 단계를 밟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후 20여 년간 큰 발전이 없었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오히려 후퇴했으니까요.
우리나라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쳐야 하겠지만, 그중에서 핵심은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분리배출 해서 재활용품을 고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
개인부터 기업, 국가,
모두가 나서야 할 일
우리는 언제부터 일회용품을 물 쓰듯 사용하고 일회용 식기에 담은 음식을 배달해 먹기 시작했을까. 이 문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초반에는 우려의 시각이 훨씬 컸다. 이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되면 자원 낭비도 환경오염도 극심할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물질의 풍요 속에 우리는 결국 ‘편리’를 선택했고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문제점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 면도 있다.
이런 문화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낯설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흐름을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죠. 저 또한 사실 좀 아득하고 무력감을 많이 느낍니다. 한쪽에서는 일회용품을 줄이자고 외치는데 한쪽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회용품이 새롭게 등장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어요.
홍수열 소장은 ‘순환경제’를 강조한다. 순환경제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말한다.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재사용’이다.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수명이 다하지 않은 물건은 다시 쓰는 것. 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다면, 재생자원의 품질 향상을 위해 잘 버리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구를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순환경제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개인의 관심이나 실천이 중요하지만, 기업과 국가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결국 쓰레기 문제는 모두가 모여 하나의 개선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그래서 쓰레기 문제는 거버넌스가 굉장히 중요해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이 플라스틱이 버려졌을 때 어떻게 처리될까, 플라스틱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바탕으로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석유, 식품, 섬유, 자동차 등 산업별로 순환경제와 관련한 로드맵이 도출되어야 한다.
결국은 제로웨이스트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 분야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생태계에 혁신을 일으킬 다양한 벤처기업이 만들어져야 하고, 시민의 영역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시민 활동가가 많아져야 하고요. 제로웨이스트 관련 산업과 소비 생태계가 어떻게 하면 풍요로워질까, 라는 게 제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이들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