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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세계정세 속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

  • 유 란, 박세란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필요불가결한 일이 되면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차전지보다는 충전하여 다시 쓸 수 있는 이차전지가 급부상 중이다. 최근 이차전지의 에너지 효율이 빠르게 개선되며 우리 생활과 산업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많은 디지털기기와 가전에 배터리가 들어가 전동화, 무선화 되는 추세이고, 전기자동차는 대중화 물결에 올라탔다.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되어,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 이차전지 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 차세대 먹거리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산은 원자재 문제다.

불안한 세계정세 속
우리나라 이차전지 사업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슬로먼트(박세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의 시대 속 IRA 법안 발효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원자재 가격 상승,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8월 16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발효했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데, 발효 당시 특히 Section 13401 조항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이차전지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Section 13401 조항에는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 관련 세제 지원 규정이 담겨 있다. 이 조항의 핵심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최종 조립 조건,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배터리 부품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과 관련된 내용은, 전기자동차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 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는 FTA 관련 규제가 다소 완화 되었다.

최근 발표된 IRA 세부 지침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AMPC) 제도로 인해 이미 미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한 우리나라 기업은 상당한 수혜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유럽도 IRA와 유사한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 3월 16일(현지 시간)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 초안을 발표했다.² CRMA 법안은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 축소, EU 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초안에는 ‘2030년까지 EU 연간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10%를 역내에서 추출하고 40%를 가공하며 15%의 재활용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³

이차전지 주요 원료광물자원, 국내 생산 전무

이차전지 제조 시 필요한 주요 원료광물자원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이다. 우리나라는 이 광물들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특히 중국 의존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황산망간은 ’21년 99%, 수산화리튬은 ’18년도에 65%였으나 ’21년 84%로, 흑연은 ’18년에 83%였으나 ’21년에 88%로 늘었다. 중국은 흑연 최대 생산국이지만 코발트, 리튬, 니켈 생산은 많지 않다(코발트(2.9%), 리튬(14.1%), 니켈(4.1%)). 나머지는 호주, 인도네시아, 콩고 등에서 수입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세계 최대 원료 공급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국 내 자원개발과 더불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제련 생산력을 높인 데에 있다. 코발트 65%, 리튬 58%, 니켈 36%를 중국이 정·제련 한다. ⁴ 중국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원료광물자원 공급망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차전지 분야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다. 한때 이차전지 각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자원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급성장하고 있다. 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표1 광물별 생산량/정·제련 국가 점유율
광물별 생산량 1위 국가 점유율
※ 자료 : USGS(2022), Mineral Commodity Information
광물별 정·제련 1위 국가 점유율
※ 자료 : IEA(2022), Global EV Outlook 2022
표2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진단 : 원료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진단 : 원료 에 관한 표 입니다.
한국 중국
종합(평균) 1.3점(매우 미흡) 3.3점(보통)
1. 원료 광물 확보력 국내 1점(부존자원 미미) 3점(흑연 최대 생산, 일부 원료 광물 생산)
해외 2점(해외자원개발 진입단계) 5점(지속적 해외자원개발, 자원외교)
2. 원료공급 안정성 1점(원료 자급 불가, 중국 의존도 높음) 5점(높은 정·제련 시장점유율)
3. 원료 규제 대응력 원산지 규제 1점(미국 IRA 등 규제 대응 필요) 1점(미국 FTA 미체결, 규제 대상)
윤리적 개발 2점(ESG 강조, 개발 노하우 축적 필요) 1점(해외광산 인권·안전 문제 발생)
※ 자료 : 김유정(2022),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진단 및 정책 제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건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우리나라 이차전지 시장은 그동안 IRA와 CRMA 법안으로 인해 혼란과 불안, 기쁨 사이를 오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슈 덕분에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방향성을 잡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위기 요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시급히 주목해야 하는 건 ‘EU 그린딜 정책’의 환경규제로 인한 영향이다.
EU는 순환경제 측면에서 제품 생애주기의 지속가능성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배터리 여권 도입’,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 부과’ 등 ‘새로운 배터리 규정(New Battery Regulation)’을 발효할 예정이다. ⁵ 우리나라는 단기적인 호재에 안주하지 않고, 각종 법안과 규제에 철저히 대응하고 리스크를 없애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K-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1. 황경인(2022),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자동차와 이차전지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연구원
  • 2.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각한 유럽판 IRA ‘핵심원자재법’, 동아일보, 2023.04.10
  • 3. “美 IRA, EU 핵심원자재법…韓 기업에 미칠 영향은?”, 아이뉴스24, 2023.04.06
  • 4. IEA, 2022, Global EV Outlook 2022
  • 5. “2023년 주목해야 할 EU 주요 환경규제와 대응전략”, 한국무역협회, 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