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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법,
ESG 펀드와 채권

  •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최근 ESG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쉽게 ESG 펀드와 ESG 채권과 같은 단어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ESG 관련 금융상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ESG 관련 금융상품이 ‘워싱’이라는 국내외의 비판도 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금융을 위해 강조되고 있는 ESG 펀드와 채권의 개념과 현황을 알아보고,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빠르게 증가하는 ESG 펀드와 ESG 채권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ESG 펀드, ESG 채권, 소셜 본드 등의 용어를 접해봤을 법하다. 금융회사가 앞다투어 ESG 펀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여러 기업이 ESG 채권을 발행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검색 사이트에 ‘ESG 펀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렇게 많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중 자산운용사가 광고 하는 ESG 관련 펀드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기사 중 하나는 ESG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높다거나 또는 낮다는 내용을 담은 상품에 대한 평가가 뒤를 잇기도 한다.

그리고 ESG 채권 소식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올해 여름에는 LG화학이10억달러(약1조 1천억 원)에 이르는 ESG 채권을 발행하여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 재생에너지 관련 소재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신한카드가 1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재생에너지, 전기차, 고효율 에너지 등 환경 분야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외에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여 저신용 및 저소득층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ESG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쉽게 ESG 펀드와 ESG 채권과 같은 단어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ESG 관련 금융상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ESG 관련 금융상품이 ‘워싱’이라는 국내외의 비판도 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금융을 위해 강조되고 있는 ESG 펀드와 채권의
개념과 현황을 알아보고,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ESG 펀드나 ESG 채권은 무엇일까?

펀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자금을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들을 대신해 운용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참고로 금융권이 투자자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우이웃돕기, 학교건립 등 특정 목적을 위해 모금하는 것도 모두 펀드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개인들도 주식 투자를 많이 한다. 하지만 정보나 전문성 부족으로 어느 곳에 얼마만큼, 얼마나 오래 투자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투자금에 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펀드다. 금융기관에서 모집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투자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선정한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펀드매니저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게 투자금을 관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수수료를 주며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펀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곳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에 생기는 손해를 펀드 회사나 펀드매니저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채권은 정부, 공공단체, 주식회사 등이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무이행 약속증서, 즉 차용증서를 뜻한다.

채권은 상환기한이 정해져 있으며, 이자가 확정된 확정이자부 증권을 의미한다. 대체로 정부 또는 대기업 등이 발행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이율에 따른 이자소득과 시세차익에 따른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이 크다. 그런데 이러한 펀드와 채권에 ESG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는데, ESG 펀드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을 모아서 금융상품을 구성하는 것이고, ESG 채권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ESG와 관련한 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ESG 펀드와 채권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 11월, 미국의 자산운용회사인 인베스코의 설문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과 국부펀드 중 23%는 코로나19 이후 ESG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는데, 이는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여론과 ESG 투자가 좋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인식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9년에는 ESG 관련 투자정책을 채택한 공적 기관투자자가 60%였으나, 2021년에는 64%로 증가했고, 국부펀드의 88%가 투자과정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등 ESG 관련 투자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 ESG 채권의 경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은 올해 공사채 총발행액의 30%에 해당하는 11조 원 가량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실제로 올해 11월 기준, 국내 ESG 채권 잔액이 152조 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82조 원에 비하면 85%나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의 경우도 ESG 투자는 4년 사이에 54%나 성장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2016년 ESG 투자규모가 22조 8000억 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5조 3000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고, 2030년에는 130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향을 잃은 ESG 펀드와 ESG 채권

얼마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옵티머스펀드, 라임무역금융펀드, DLF(파생결합펀드) 등 총 6조 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낸 사건이 있었다. 투자운용사가 국공채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자금을 모은 후 부실한 사모사채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생기는 등 대부분 문제는 불완전 판매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 방법, 위험도, 손실 가능성 등 필수사항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
특히 펀드의 경우 투자원금 또는 수익률을 보장하든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자료와 출처를 제시하지 않은 예측 자료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경우, 펀드의 가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알고도 미리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펀드 종류 중에 ESG 펀드가 종종 등장한다. 국내에만 해도 수십, 수백 개의 ESG 펀드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제적으로 ESG 투자가 증가하면서 ESG 펀드도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ESG 펀드는 ESG 관련 벤치마크1 지수에 따라 주식 종목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ESG 펀드에 편입되어있는 종목이 기존 대형주와 크게 다를 바 없고 편입된 종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ESG 워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새로운 ESG 펀드는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미국 뱅가드 등이 내놓은 ESG 펀드에 속한 기업이 대부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기술 관련 우량 종목임을 밝혔다. 이중 ESG를 잘하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보니 ESG 워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자회사인 DWS는 ESG 관련 정보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혐의로 지난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독일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DWS는 지난해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전체 운용자산(9,000억 유로)의 절반 수준인 4,590억 유로가 ESG 관련 자산이라고 밝혔지만, 이 수치가 허위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도 최근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는데, ESG 경영을 선언하고 녹색채권 발행을 늘렸는데, 정작 화석연료 관련 투자는 줄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자산운용사는 JP모건이 발행한 녹색채권에 대한 매입을 거부했다.

이처럼 ESG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워싱에 대한 경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펀드 명칭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뜻을 밝혔고, 유럽 증권시장감독청과 프랑스 금융시장청도 ESG 금융상품 수요가 증가한 만큼 품질 보장을 위한 적절한 규제 요건이 존재해야 한다고 밝히며 그린워싱을 배제하고 진정한 ESG 경영 도입을 위해 손을 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외부의 감시와 모니터링이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기관이 앞다투어 출시하던 ESG 금융상품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ESG 상품에 대한 검열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금융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SG 펀드가 정의로운 투자기관이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ESG 채권은 정의로운 기업가가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ESG 펀드와 ESG 채권이 발행 의도와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이다. 금융기관이 ESG 워싱이라는 비판 앞에 자유로워지려면 몇 가지 기본조건을 잘 갖추어야 한다.

먼저 ESG라는 단어를 붙인 펀드라면, 객관적인 ESG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ESG 우수기업을 펀드 포트폴리오 안에 구성해야 한다.그리고 ESG 채권 발행으로 모은 자금은 환경과 사회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ESG 우수기업은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자금을 통해 환경과 사회에 이로움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것이다.

이처럼 ESG 펀드와 채권은 금융을 통해 옳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투자자의 약속을 기반으로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 하면 ESG 금융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에게는 책임이,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정의로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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