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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법

  • 김경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19세기 말에 심각한 식량부족 문제를 겪었다.
기존 농업방식으로는 인구의 증가 속도를 식량 생산이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땅속 질소화합물이 필수적인데,
식량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식물을 재배할수록 땅속 질소화합물은 줄었고,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던 수입산 초석마저도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식량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질소화합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암모니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암모니아

많은 과학자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기의 80%를 차지하는 질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개발된 대부분 방법은 경제성이 없거나 실현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1907년 독일의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공기 중 질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하였고, 1913년 독일의 카를 보슈(Carl Bosch)는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합성법을 이용하여 상업 생산에 적합한 암모니아 화학 공정을 완성하였다. 하버-보슈(Haber-Bosch) 공정을 통해 생산한 암모니아를 활용하여 인공 질소 비료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식량 생산량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인류는 식량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암모니아를 원료로 생산하는 합성 비료가 없었다면 현재의 인구에 맞는 식량 공급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그 결과 현재 세계 인구의 약 20억 명 정도는 존재조차 불가능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처럼 질소(N2)와 수소(H2)로 이루어진 화합물인 암모니아(NH3)는 농업시스템에 크게 기여해 인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물질 중 하나이다.

프리츠 하버 카를 보슈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암모니아

현재 전 세계 암모니아 생산량(1.8억 톤/년)의 80% 이상이 질소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암모니아는 350°C 이상, 250~300bar 이상의 고온·고압 조건을 이용하는 하버- 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하지만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암모니아는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한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2020년 기준 암모니아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세계 최종에너지소비의 2%(8.6 EJ) 수준이며, 에너지 투입량의 약 40%는 암모니아를 생산 하기 위한 수소 생산을 위해 소비되고 나머지 60%는 공정 에너지로 소비되고 있다.1

또한,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수소를 천연가스 개질(70%), 석탄 가스화(26%) 등 대부분 화석 연료로부터 획득함으로써 수소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2, 암모니아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에 달한다.3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암모니아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및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많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암모니아가 탄소중립을 실현할 대안 중 하나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 International Energy Agency)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에서는 암모니아가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기관에서 탄소중립 실현에 암모니아가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첫 번째 역할은 무탄소 연료이며, 이는 암모니아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역할은 수소의 저장·운반 수단, 수소캐리어로서의 역할이다. 수소는 상압에서 –253°C에 액화되고, 암모니아는 –33°C에 액화된다. 또한 암모니아는 상온에서는 10기압에서 액화된다. 이는 암모니아가 수소보다 액화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암모니아의 부피당 수소 함량은 액화수소의 1.5~2배 수준으로 밀도가 높아 수소의 저장 측면에서도 액화수소보다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수소를 화석연료가 아닌 물과 재생 전기를
이용한 수전해를 통해 생산하고, 암모니아 합성 공정에 사용되는 열과 전기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한다면,
이를 통해 생산된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효율적인 수소캐리어로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암모니아의 특성에 주목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그린 암모니아를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저탄소사회 구축을 위해 그린 암모니아 협회를 구성하고, 경제산업성 산하에 암모니아 에너지 이사회를 만들어 암모니아를 활용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12월에 발표한 「2050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 20% 혼소4실증 및 실용화, 2050년까지 혼소비율 확대 및 100% 전소5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발표하였다. 올해 6월부터는 일본 발전기업 JERA와 IHI가 협력하여 아이치현에 있는 1G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개조한 뒤 석탄에 암모니아를 20% 혼소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일본 미쓰비시파워는 세계 최대 규모인 40MW급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시스템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암모니아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2021년 10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는 국내 발전량의 21.5%(A안)~13.8%(B안)를 무탄소 가스터빈(수소, 암모니아)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원자력과 LNG 발전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암모니아 혼소(20%) 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며, 2030년에는 전체 석탄발전소(43기)의 절반 이상(24기)에 암모니아 20% 혼소 발전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는 암모니아를 가장 유력한 수소캐리어로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그린수소 수입이 필요한데, 수소를 수입하기 위한 주요 수송수단으로 암모니아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암모니아에 대한 수송 및 유통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암모니아 수송에 대한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

참고 1.2030 수소 생산 비용 비교

물→수전해→수소(←재생전기)→하버·보쉬 공정(←재생전기)→암모니아 | 공기→분리→질소(←재생전기)→저온·저압 암모니아 합성 공정(←재생전기)→암모니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암모니아는 지난 100여 년간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다. 암모니아는 지 금도 우리의 일상생활 곁에서 질소비료, 냉매, 제약 및 섬유산업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 한 기술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 또한 지속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암모니아가 크게 기여해 지구를 살리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1. IEA(2021), Ammonia Technology Roadmap
  • 2. IEA(2021), Ammonia Technology Roadmap
  • 3. The Royal Society(2020), Ammonia : zero-carbon fertiliser, fuel and energy store
  • 4. 두 종류 이상의 연료를 함께 연소시키는 것
  • 5. 하나의 원료만을 연소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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